전체 글58 642 프로젝트-14 014 당신이 마치 책 속의 인물인 것처럼 자신의 외모와 성격을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라. 이 글씨가 보이는 화면 앞에 올해로 27살인 C가 있다. 이제는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C는 키는 180 cm이고 몸무게는 78 kg으로 키에 비해 무게가 나가는 편이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리는 굵은 편이다. 많은 유전자를 어머니에게 받았고, 허벅지 또한 어머니를 닮았다. 어렸을 때는 이런 굵은 다리가 무지하게 싫었지만- 옷 핏이 극도로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현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는 역시 하체지!’ 라고 생각하면서, 튼튼한 다리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느낀다. 다리가 짧은 만큼 허리도 길다. 뱃살이 조금 있다. 조금 많이 있다. C의 요즘 최대 고민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 .. 2020. 3. 31. 642 프로젝트-13 013 언젠가 증손자에게 물려줄 작은 물건을 하나 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 너에게 이 사진을 남긴다. 별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적에, 건강했었던 시절의 사진이니. 지금은 이렇게 보잘것없지만 나도 한 때는 이렇게 건강한 적이 있었다. 아마 너는 꽤나 놀랄지도 모르겠다. 네가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건강하고 건장했다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내가 너에게 사진을 남기는 이유는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항상 건강하라는 큰 염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진짜 전해주고 싶은 말은 아니야. 내가 정말 너에게 하고픈 말은 “운동해라”이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하겠지. 한편으로는 자랑하려고 이 사진을 남.. 2020. 3. 26. 642 프로젝트-12 012 한 여인이 채용된 지 일주일 만에 해고당하는 장면을 글로 써보라. 참고로 지금 이 여자를 해고하려는 사람은 일주일 전만 해도 그녀의 채용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회사에서 짐 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청천벽력이었다. 지은이 받은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이게 뭐란 말인가. 지은은 고작 일주일 전에 채용된 신입 중에 신입이었다. 더군다나 채용 시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던가. 이건 지은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보아도, 지나가는 최 삼배 할아버지가 보아도 납득할만한 그런 결과였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권고사직이라니. 지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이렇게 해고라니요?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사장님의 지시였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2020. 3. 25. 642 프로젝트-11 011 파란색 물건을 가진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 요즘 그랬듯이 새벽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커피를 내리기 위해 물을 끓였다. 물을 끓이는 동안 잠을 몰아내고 있던 중, 행주가 눈에 들어왔다. 전날 밤 물기를 말리기 위해 걸어 놓은 파란 행주였다. 이 글을 쓰기 전 파란 가발을 생각했던 나는 이 파란 행주를 엄마에게 주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는 엄마에게 행주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엄마, 무슨 생각이 들어?” 엄마는 파란 행주를 손에 들며 나를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내 아들이 드디어 미쳤다는 생각?” 나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며, 하하 웃는다. “또 무슨 생각이 들어?” 엄마는 이번에 파란 행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 아들이 무얼 듣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 나는 좀 더 다른 반응이 나.. 2020. 3. 24. 642 프로젝트-10 010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룸메이트 사실 집에서 나가 살아본 경험이 그리 길지 않다. 지금 이걸 쓰는 현재도 독립하지 못한 상태이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기숙사 생활을 거의 해보지 않았지만, 딱 한 번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1년 동안 자취를 했었는데,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 하나랑 그 친구가 아는 형 해서 셋이서 같이 자취를 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꽤나 친하게 지냈던 그 친구는 이미 졸업하고 취직을 한 상태이다. 내가 작년 잠시 외국에 있을 때도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에게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며 안부를 전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나 중국으로 파견 가.” 놀라웠다. 그 해 신입사원이 된 친구였다. 어떤 회사의 내부 사정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는 능.. 2020. 3. 23. 642 프로젝트-9 009 내가 도둑맞은 물건 첫 번째 수능에서 미끄러지고 두 번째 수능을 준비했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쉬운 공부를 가장 열심히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당일 날이 되었지. 수능 때 평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펜도 쓰던 것만 썼으며, 해당 과목 시험 시간에는 그 과목만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효과가 있었지. 오전의 두 과목,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에서는 나도 놀랄 정도로 술술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중에 가채점한 후에야 알았지만 주관식 답도 한 가지 찍은 것이 있었는데 맞췄었지. 푼 것은 틀렸지만. 그 기세는 쭈욱 나아갈 줄 알았어. 그런 줄 알았지. 여기서 내가 뭘 말할지 알지? 수능을 준비할 때 나는 평소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 2020. 3. 21. 이전 1 2 3 4 5 6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