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8 642 프로젝트-26 026 내가 발견한 것 ‘발견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을 먼저 생각해보았다. ‘잃어버리다’는 굉장히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반해, ‘발견하다’는 쉽게 정의되지 않았다. ‘발견하다’=’찾아내다’를 의미하는 걸까,라고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다. 발견한다는 것은 구체적이었다. 찾아낸다는 범주 안에 발견하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발견하다: [동사]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내다. ‘발견하다’의 사전적 정의이다. 이러한 의미라면 나는 그 어떤 것도 발견한 것이 없다.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이미 누군가의 개발품이며, 내가 배우는 모든 것은 앞서 있던 사람들의 지식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 2020. 4. 19. 642 프로젝트-25 025 내가 잃어버린 것 나를 찾습니다! 어제의 나를 찾습니다! 매일 글을 조금이라도 쓰겠다던 그런 대견한 다짐을 천 번은 더 했던 나 자신을 찾습니다! 도대체 어디 있나요? 스스로 말했었잖아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쓰겠다고. 겨우 정신 차려서 저녁에 쓰는 이 글이 참으로 쓰레기 같아서 한심해지네요. 뭐, 원래부터 글을 잘 썼다거나 한번이라도 그랬다거나 스스로의 글 보고 쓰레기라고 하면 간혹 멋있어 보이던 그런 글 조차도 못돼서 그 와중에도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 등신 같은 내가 한심해집니다. 이제 그만하고 멋진 나 좀 나와주세요! 2020. 4. 18. 642 프로젝트-24 024 당신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섯 가지 사건을 써보라. 그중 하나를 골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엄마와 엘리베이터, 50000원, 2018/1 엄마와의 통화, 술잔과 겸손함, 동생의 뒷모습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5가지 사건의 키워드이다. 그중에서 ‘술잔과 겸손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근래에는 주에 5~6회 할 정도이다. 그리고 너는 술을 좋아한다. 아마 내가 하는 운동과 같은 빈도로 술을 마실 것이다. 그날도 너는 역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겁게 닫혀 있는 입술의 문은 열릴 생각을 않고 있었다. 오로지 술이 들어갈 때만 열릴 뿐이었다. 너를 알기에, 나는 그 안에 평온한 도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괴수처.. 2020. 4. 17. 642 프로젝트-23 023 서로를 증오하는 두 사람이 열두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승강기 멈춘 지 1시간째 ‘빌어먹을’ 동현은 갇혀있는 자신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동현은 한쪽 구석에 앉아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와 같이 타고 있던 은서는 저 반대편 구석에 서 있었다. 몇분 전만 해도 공포감이 가득 찼던 얼굴은 이제는 혐오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은서는 동현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현도 마찬가지였다. 승강기 멈춘 지 2시간째 여전히 그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그들이 말을 했던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직후 몇 분 간이었다. 그들은 위기에 서로를 잊고 있다가 서서히 서로 누구와 함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서로 함께 있기 싫은 사람이었다. 승강기 멈춘 지 3시간째.. 2020. 4. 16. 642 프로젝트-022 022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결혼 축하해!” “오빠, 와줬구나!” 밥을 먹고 나온 나는 그녀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의 약혼자였던 그녀와 말이다. “왜 여기에 나와있어?” 포옹을 끝낸 내가 더 예뻐진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잠시 산책하려고 나왔어.” “안에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아니야?” “괜찮아, 적당히 말하고 나왔어.” 그리고는 우린 잠시지만 한 때 서로에게 가장 말이 많았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사는 얘기나 지인의 근황 얘기, 여전히 성격이 좋지 않은 상사의 욕을 해준다거나 가볍게 얘기할만한 추억 얘기를 나눴다. 어느덧 그녀는 자신과 결혼할 남편 얘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어떤 남자이며.. 2020. 4. 15. 642 프로젝트-21 021 과거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당신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학생 때의 나는 모든 면에서 둥글둥글한 아이였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도 잘 지냈고, 성적도 항상 괜찮게 나왔으며, 집에서도 말썽을 피우는 일이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해결하려 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와 크게 싸우는 일도, 그래서 적을 만들 일도 없었다. 누구를 미워하는 일 없이 말이다. 아무리 10년 가까이 되어 희석된 기억이라고 해도, 정말 누군가를 미워한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했고,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 때의 나는 감정을 반쪽만 쓰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하려고 했던 기억.. 2020. 4. 14.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