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42 프로젝트

642 프로젝트-13

by 파블러 2020. 3. 26.

 013 언젠가 증손자에게 물려줄 작은 물건을 하나 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

니콜라이 코스테르 발다우

 너에게 이 사진을 남긴다.

 별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적에, 건강했었던 시절의 사진이니. 지금은 이렇게 보잘것없지만 나도 한 때는 이렇게 건강한 적이 있었다.

 아마 너는 꽤나 놀랄지도 모르겠다. 네가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건강하고 건장했다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내가 너에게 사진을 남기는 이유는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항상 건강하라는 큰 염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진짜 전해주고 싶은 말은 아니야. 내가 정말 너에게 하고픈 말은 “운동해라”이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하겠지. 한편으로는 자랑하려고 이 사진을 남긴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어렸을 때 인생을 꽤나 허비하면서 살았다. 20대 후반까지도 내가 뭘 해야 하며 살아야 할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못했지. 이건 나중에 안 것이지만, 나는 꽤나 계획이 있는 삶을 선호했단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는 그걸 몰랐다. 나에 대해 전혀 알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기에 내가 어떤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어.

 한번은 호주에 간 적이 있다. 1년 동안 혼자 힘으로 내 나라에서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호주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간 적이 있었지.

 하지만 로망은 현실과는 많이 달랐다. 일은 고되고 다른 나라의 언어는 입에 붙질 않았어. 내가 꿈꿔왔던 것이랑은 많이 달랐지.

 그럼에도 좋은 것은 있었다. 난 그중에서 내 뜻대로 살아본 것이 너무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놀고 싶은 것을 즐겼거든. 항상 생산적으로만 살아야 했던 내가 무의미한 것에 시간을 투자하니 그렇게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운동도 시작했다. 아는 동생에게 이끌려 우연히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터라 몸도 쑤셨으니까. 처음 며칠간은 그렇게 동생에게 이끌려 강제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뿌듯함을 느꼈다. 점점 좋아지는 몸을 보며 성취감도 느꼈지.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도 많이 올랐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나를 믿지 못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나를 조금씩 믿게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씩 깨달았으며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너에게 운동을 꼭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너의 아버지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신체를 사용할 수 있는 활동적인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 나도 늦은 나이까지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심지어 같은 운동이었어도 그 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 여러 것을 해보고 마음껏 실패해보길 바란다. 그러다 정말 취미로 괜찮을 운동 한 가지를 발견하면 꾸준히 해보길 바란다. 그렇다고 몸이 상할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나중에 그것을 업으로 삼는다면 몸이 상할 정도로 열심히 해도 좋지만, 네가 사랑하는 나처럼 무언가를 깨닫고 싶다면 단지 취미로 해주어도 충분하다.

 말이 길었다. 많은 것을 남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마 이 사진은 잊혀질 수도 있겠다. 버려도 되고 원망의 대상이 필요할 때 이 사진을 써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네가 이것을 고이 간직하다 이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리고 그 때 너의 삶에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642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642 프로젝트-15  (0) 2020.04.02
642 프로젝트-14  (0) 2020.03.31
642 프로젝트-12  (0) 2020.03.25
642 프로젝트-11  (0) 2020.03.24
642 프로젝트-10  (0) 2020.03.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