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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 프로젝트

642 프로젝트-21

by 파블러 2020. 4. 14.

 021 과거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당신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 때도 알았더라면

 학생 때의 나는 모든 면에서 둥글둥글한 아이였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도 잘 지냈고, 성적도 항상 괜찮게 나왔으며, 집에서도 말썽을 피우는 일이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해결하려 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와 크게 싸우는 일도, 그래서 적을 만들 일도 없었다. 누구를 미워하는 일 없이 말이다.

 아무리 10년 가까이 되어 희석된 기억이라고 해도, 정말 누군가를 미워한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했고,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 때의 나는 감정을 반쪽만 쓰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하려고 했던 기억은 그 사람의 단점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분명히 보였을텐데도 말이다.

 일종의 방어 의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타인의 장점만을 바라보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히 어떤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거나, 내가 어떨 때 말이 많아진다거나, 혹은 내가 화날 때 어떻게 해야 차분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이제는 미워하기도 한다.

 그 때가 순수했던 것인지, 지금의 내가 현실에 적응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만족스럽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그 때도 알았다면, 나는 좀 더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확신을 못하겠다. 그 때의 내가 몰랐으니까 지금 내가 알게된 것이 아닐까.

 나는 바꿀 수 있는 일이 있길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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