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당신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섯 가지 사건을 써보라. 그중 하나를 골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엄마와 엘리베이터, 50000원, 2018/1 엄마와의 통화, 술잔과 겸손함, 동생의 뒷모습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5가지 사건의 키워드이다.
그중에서 ‘술잔과 겸손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근래에는 주에 5~6회 할 정도이다.
그리고 너는 술을 좋아한다. 아마 내가 하는 운동과 같은 빈도로 술을 마실 것이다.
그날도 너는 역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겁게 닫혀 있는 입술의 문은 열릴 생각을 않고 있었다. 오로지 술이 들어갈 때만 열릴 뿐이었다. 너를 알기에, 나는 그 안에 평온한 도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괴수처럼 불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네가 말을 하기까지 기다렸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른 너는 이윽고 문을 열었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하는 것 같다, 네가 한 말이었다.
나는 언제나 적당한 선에서 하고 있어, 내가 받아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넌 소주잔에 들어있는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겸손 좀 해져라, 이 새끼야.
나는 너의 얼굴을 보았다. 너는 그때 굉장히 화가 난 듯 눈을 찡그리고 있었고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으로 꼭 다물고 있었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 못했고, 않았다. 너를 알았기에.
나는 그저 네가 내려놓은 소주잔에 남아있는 아주 조금의 소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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