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서로를 증오하는 두 사람이 열두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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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동현은 갇혀있는 자신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동현은 한쪽 구석에 앉아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와 같이 타고 있던 은서는 저 반대편 구석에 서 있었다. 몇분 전만 해도 공포감이 가득 찼던 얼굴은 이제는 혐오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은서는 동현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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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그들이 말을 했던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직후 몇 분 간이었다. 그들은 위기에 서로를 잊고 있다가 서서히 서로 누구와 함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서로 함께 있기 싫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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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정적이 흘렀다. 이따금씩 비상 버튼을 딸깍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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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가 추운지 몸을 떨었다. 어느덧 자정이 넘긴 시간이었다. 동현은 그런 순간조차도 은서를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재킷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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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은 이제 완전히 은서에게서 틀어 앉아있었다. 동현은 재킷을 이미 벗은 뒤였다. 하지만 재킷은 은서에게 가 있지 않았다. 그저 동현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은서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미안한 표정이 있어 숨길 수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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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는 어느덧 졸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깨어났을 때 자신이 어디 있는지 파악했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눈가가 짜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자면서 눈물을 흘렸던 모양이었다. 동현도 보았을까, 그녀는 부끄러워졌다. 동현도 저쪽 구석에서 자고 있었다. 눈물을 닦으려는데 걸쳐져 있던 재킷이 떨어졌다.
승강기 멈춘 지 10시간째
동현이 깨어났다. 몸이 뻐근했다. 앉아서 자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는 기지개를 켰다.그러면서 자신의 앞에 은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서는 동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현은 그래도 은서를 바라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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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쁨에 차 있었다. 관리실로부터 연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구출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이었다. 이따금씩 승강기가 덜컹거리기는 해도 그들은 불안하지 않았다.
승강기 멈춘 지 12시간째,그리고 구출
드디어 승강기 문이 열렸다. 직원은 죄송하다며 다친 곳은 없는지 물었다. 그들은 없다고 대답했다. 은서가 먼저 도움을 받아 빠져나가고, 동현이 그다음 순서로 나갔다. 빠져나간 둘은 먼지를 털어낸 후 얼마간 서로를 바라보았다. 은서가 덮고 있던 재킷을 벗고 동현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웠어.”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달려 나온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뒤돌아 갔다.
은서도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걸어 나갔다. 어느덧 동현을 생각해도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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