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결혼 축하해!”
“오빠, 와줬구나!”
밥을 먹고 나온 나는 그녀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의 약혼자였던 그녀와 말이다.
“왜 여기에 나와있어?”
포옹을 끝낸 내가 더 예뻐진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잠시 산책하려고 나왔어.”
“안에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아니야?”
“괜찮아, 적당히 말하고 나왔어.”
그리고는 우린 잠시지만 한 때 서로에게 가장 말이 많았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사는 얘기나 지인의 근황 얘기, 여전히 성격이 좋지 않은 상사의 욕을 해준다거나 가볍게 얘기할만한 추억 얘기를 나눴다. 어느덧 그녀는 자신과 결혼할 남편 얘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어떤 남자이며, 언제 어디서 만났고, 처음 만날 당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주었는지 나름대로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말하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이가 나에게 완전히 반했었던 것 같아.”
그녀는 마치 방금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해내며 말해주었다. 그녀는 신부를 찾는 사람 때문에 얘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빠, 좀 있다 봐! 남편 소개시켜줄게!”
나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에스코트를 받으며 허둥지둥 뛰어갔다. 멀어지는 모습을 본 후에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가려는데, 난간 밑에 요리사들이 보였다. 하얀 옷과 하얀 브란슈를 착용한 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모두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먹었던 갈비탕이 입가에 다시 맴돌았다. 그녀의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맛있는 갈비탕이었다.
집에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돌렸다. 축의금을 다시 내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축의금을 받는 분께 얼마간 더 넣고 싶다고 말한 뒤에 돈을 더 넣었다. 식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의 얼굴이 궁금하긴 했어도, 굳이 볼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녀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면 좋은 사람이겠지. 그러다 문득 사진이 보였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사진이었다. 둘 다 환하게 웃으며 사진 너머 나를 보고 있었다. 남편의 눈가엔 벌써부터 주름이 자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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