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최근에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설명하라. 혹시 대화를 이끄는 게 힘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대략 열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와의 다툼이 있었다.
계기는 사소했다. 작은 실수를 저질렀고 그게 친구에게 은근한 상처가 됐다.
저녁 늦은 시간, 나는 불려 나갔고 친구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친구는 서로의 불만을 얘기하자 했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나 또한 털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털어 놓은 감정들이 우리를 격하게 만든 것이었다.
쌓인 것을 푸는 자리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되었고, 개선의 의지는 비난하고픈 마음으로 바뀌어 마음 속 가득 차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이 깊어졌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나의 모든 말들이 상대에게 들리지 않는데, 내 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 후부터 나는 그의 말을 듣기만 하였다.
그런 밤이 있고나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지낸다. 남들이 보면 그렇게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부서져버린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그릇이 산산조각이 나 복구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도 알겠지. 과거가 어떻든 관계가 완전히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걸 27년을 살고나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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