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1932년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짧은 이야기를 써보라. 단, 이야기 속에서 찻잔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군.”
체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상황이 그렇게 암울한가요? 아직 선거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텐데요.”
내가 체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정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죠.”
나는 아무 말할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심장을 누가 움켜쥐는 것처럼 뒤틀리는 것처럼 느껴져 이 상황이, 이 공기가 매우 불편했다. 체는 남아있는 차를 털어내고는, 찻잔을 내게 돌려주었다.
“잘 마셨어요, 주인장. 부디 몸조심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요.”
체는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체가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멈춰 섰다.그리고 말했다.
“언젠가 돌아오게 되면 다시 한번 그 찻잔에 차를 담아줘요. 그래줄 수 있죠?”
“물론이죠.”
체는 아까보다는 환하게 웃었다. 그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문 밖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 있을 그 날을 위해 찻잔을 깨끗이 닦았다.
하지만 그 찻잔이 다시 꺼내지는 일은 없었다. 그 찻잔은 차갑게 식은 채로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찻잔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없었다.
그 찻잔이 다시 꺼내진 건,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후였다. 체는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과 똑같은 한 청년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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