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어린 시절 동네에 있었던 나무들의 이름을 지어라.
어린 시절이라고 하면 얼마만큼의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 나무가 하나 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보이는 그 나무. 언제나 전교생을 반겨주던 그 나무가 기억에 남는다.
그 나무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학교를 갈 때마다 나를 반겨주었고, 사람 많은 등굣길을 걷다가 ‘언제 도착하지’라고 생각할 때 그러한 생각을 멈추게 하는 이정표였으며, 더운 여름 길에 공을 차러 가는 길이나 쉴 때 휴식처가 되어준 것뿐이었다. 그 나무에게 말을 걸어본다거나 영화 서처럼 손을 대고 마치 마음이 이어진 것처럼 의사소통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정표나 쉼터 그 뿐이었다.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것은 특이하기도 했고 특별하기도 했다. 특이하게 특별했거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 학교에 1년 정도만 다니고 전학을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한번 더 전학을 갔다.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나무가 학교 입구에 있는 것은 내가 다녔던 학교나 놀러 간 학교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고작 1년 있었던 초등학교에 그 나무가 특별했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지금 그것을 본다고 해도 알아볼 자신은 없다. 나무에 관해서는 무지하니까. 다만 그 나무를 다시 본다면 나는 기억해내지 않을까 싶다. 그 때의 풍경은 내 머릿속에 꼭 박혀있으니까.
나는 그 나무의 이름을 ‘북송’이라고 짓고 싶다. ‘북’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이름 뒷자리를, ‘송’은 소나무가 아님에도 항상 그 자리를 한결같이 지키고 있을 것이기에 붙였다.
언젠가 찾아가게 되면, 여전히 그 자리에 북송이 있길. 한때나마 내가 있었던 곳에서 나를 기억하는 이는 없더라도 너는 날 반겨주고, 나는 그 때의 너를 나를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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