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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 프로젝트

642 프로젝트-17

by 파블러 2020. 4. 6.

 017 폭풍으로 삼촌의 헛간이 부서지고 여섯 살 난 조카가 목숨을 잃었다. 폭풍이 휩쓸기 전 하늘의 색깔을 묘사하라.

폭풍이 지나간 후

 어쩌다가 한 번씩 어떤 예감이 오는 때가 있다.

 평소와 같은 벨소리인데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좋지 못한 벨소리라거나 심장을 무겁게 때리는 진동 소리가 울릴 때면, 우리는 무언가 직감을 한다.

 내가 그런 직감을 느낀 것도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나서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삼촌의 집은 무너져 있었다. 집도, 헛간도, 마당도 모두 다 폭풍으로 휩쓸린 상태였다. 삼촌은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구조대원은 무너진 집을 조심스럽게 정리하고 있었다. 삼촌의 자식이자 내 조카가 마지막으로 확인되어 있던 위치가 집안이었으므로. 하지만 부서진 잔해를 꺼낼수록 커지는 불안감은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얼만큼 지났을까. 가늠하지 못하겠다. 작업을 지켜볼수록 머릿속 어딘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내 머릿속을 길게 잡아 늘였다. 보이는 모든 것이 녹아내리면서 세상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삼촌의 다리가 결국 무너진 것도 세상이 꽤나 녹았을 때였다. 문득 하늘을 보게 된 것도 그때였다.그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되게 우중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하늘은 맑아져 있었다. 티 없이 웃는 어린아이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어 있었다.

 마치 6살의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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