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정말 갖고 싶었는데 막상 가지고 나니 사용하지 않는 물건
나는 시계를 좋아한다. 멋도 멋이지만, 시계에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아마 ‘시간’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도구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브랜드는 잘 알고 있지 않는다. 수중에 돈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시계나 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을 리스트를 뽑아내며 신중에 신중을 가했다. 두 개의 후보가 남았을 때는 정말 수능 때의 답을 고르는 것보다 더 고심했다.
마침내 선택했다. 화려한 도금이 되어있는 것이라거나 번쩍거리는 시침들을 갖고 있는 것, 혹은 기능이 유난히 많은 것들을 제외하고 선택한 것은 누가 봐도 심심한 것이었다. 흰색 판에 시침, 분침, 초침이 모두 은색인. 심지어 시계줄 조차도 메탈로 은색이니 은색과 흰색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후회하는 일은 없었다. 몇 번의 고심 끝에 나는 화려한 것보단 이런 무난한 것들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왼손에 묵직한 느낌을 즐겼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나는 지금 이걸 쓰고 있다. 내 옆에 그 시계가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사용한 날짜는? 3일 전이다. 그 전에는 한 달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계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또 이 시계가 여전히 좋다. 하지만 왼손에 묵직한 느낌보다 주머니에서 꺼내는 시계가 만능이고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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