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아마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분조장’이라는 줄임말로 사용되는 이 단어는, 뜻을 짐작하지 어렵지 않게 화를 참아내는 능력이 부족함을 말합니다. 워낙 유명한 말이고, 그 세대들 사이에선 굉장히 자주 쓰이는 말이라 저도 공부하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조금 더 자세히 알게되면서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증세를 겪고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어느 뉴스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성인의 50% 이상이 "자신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 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입니다. 어디서 나온 통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 사실에 의하면 2명 중 1명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야겠죠.
그렇다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을까요? 겪고 있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러한 통계를 내는데 있어 두 가지 이유가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과거와 달라진 미덕
2. 확대해석적인 자가진단
첫째의 이유로 미덕을 꼽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참아내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두었습니다. 솔직함보다 인내라는 미덕에 더 큰 중점을 두었던 것이죠. 하지만 문화가 굉장히 빠르게 융화되면서 우리는 어느덧 인내보다는 솔직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솔직히 말하는 것은 굉장히 쿨하고 멋지지만, 참는 것은 호구로 보는 인식이 생겨버렸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 자가진단을 뽑은 이유는 이것으로 인해 확대해석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을 검색해보면 굉장히 빠르게, 많은 결과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살펴보면, “나는 때때로 시비조로 행동한다", “나는 논쟁을 할 때 언성을 높이곤 한다” 라거나, “나는 나를 궁지에 빠진 사람을 알면 그 사람과 싸운다" 등의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될 겁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스스로 생각해서 체크하고 점수를 매깁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자신이 어느 점수 군에 속해있는지 확인해보는거죠. 분노는 특성상 보다 기억에 남는 일이 굉장히 잦죠. 그렇다면, 평소에 자신은 잊은채 그 항목에 ‘아, 나는 이랬으니까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살면서 제 주변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잃을 정도로 분개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있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명 중에 하나 꼴로 있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분조장으로 매사에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가 화를 낼 때마다 맞춰주니 그 스스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날 길을 가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맞부딪치고는 화를 내려는데, 부딪친 상대의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을 보고 순한 양이 되죠. 그걸 보고 사람들은 “분조장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다르게 본다면, 되려 이성이 있기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조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심리학에서는 분조장을 병으로 보고있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화를 냈다가도 동시에 다른 이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꽤 어색하지 않을 일일 수도 있어요.
이제 세상엔 병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자신에게 이런 것들이 있지는 않은가 의심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병들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면, 되려 그것을 의심해보세요.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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