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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25

642 프로젝트-022 022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결혼 축하해!” “오빠, 와줬구나!” 밥을 먹고 나온 나는 그녀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의 약혼자였던 그녀와 말이다. “왜 여기에 나와있어?” 포옹을 끝낸 내가 더 예뻐진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잠시 산책하려고 나왔어.” “안에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아니야?” “괜찮아, 적당히 말하고 나왔어.” 그리고는 우린 잠시지만 한 때 서로에게 가장 말이 많았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사는 얘기나 지인의 근황 얘기, 여전히 성격이 좋지 않은 상사의 욕을 해준다거나 가볍게 얘기할만한 추억 얘기를 나눴다. 어느덧 그녀는 자신과 결혼할 남편 얘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어떤 남자이며.. 2020. 4. 15.
642 프로젝트-21 021 과거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당신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학생 때의 나는 모든 면에서 둥글둥글한 아이였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도 잘 지냈고, 성적도 항상 괜찮게 나왔으며, 집에서도 말썽을 피우는 일이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해결하려 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와 크게 싸우는 일도, 그래서 적을 만들 일도 없었다. 누구를 미워하는 일 없이 말이다. 아무리 10년 가까이 되어 희석된 기억이라고 해도, 정말 누군가를 미워한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했고,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 때의 나는 감정을 반쪽만 쓰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하려고 했던 기억.. 2020. 4. 14.
642 프로젝트-20 020 최근에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설명하라. 혹시 대화를 이끄는 게 힘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대략 열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와의 다툼이 있었다. 계기는 사소했다. 작은 실수를 저질렀고 그게 친구에게 은근한 상처가 됐다. 저녁 늦은 시간, 나는 불려 나갔고 친구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친구는 서로의 불만을 얘기하자 했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나 또한 털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털어 놓은 감정들이 우리를 격하게 만든 것이었다. 쌓인 것을 푸는 자리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되었고, 개선의 의지는 비난하고픈 마음으로 바뀌어 마음 속 가득 차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이.. 2020. 4. 13.
642 프로젝트-19 019 1932년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짧은 이야기를 써보라. 단, 이야기 속에서 찻잔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군.” 체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상황이 그렇게 암울한가요? 아직 선거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텐데요.” 내가 체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정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죠.” 나는 아무 말할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심장을 누가 움켜쥐는 것처럼 뒤틀리는 것처럼 느껴져 이 상황이, 이 공기가 매우 불편했다. 체는 남아있는 차를 털어내고는, 찻잔을 내게 돌려주었다. “잘 마셨어요, 주인장. 부디 몸조심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요.” 체는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문을.. 202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