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보라.
“응.”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던 행위를 멈추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환한 웃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응!”
사람들이 외쳤다.
이번에는 음악을 틀어보았다. 마이클 잭슨부터 시작해서 BTS까지 장르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한참을 들려준 뒤 아예 고전으로 돌아가 베토벤을 들려줄까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노래를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음.”
사람들이 말했다.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흥미롭고 흥분됐다. 노래만큼은 굉장히 비슷할 줄 알았는데. 취향 차이인지 몰라도 어쨌거나 다른 종류의 노래가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이번에는 축구공을 가져와보았다. 그리고 드리블이나 트래핑, 슛을 연상케 하는 폼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것이 그에게도 있을까?
“어…”
그가 말했다. 애매한 반응이었다.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운동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나?
“어…”
사람들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오랫동안 고생도 했고 여기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식으로 된 9첩 반상이 우리 앞에 놓였다.나는 그에게 권했다. 그는 흥미로운 듯 자신 앞에 놓인 반찬들을 탐색했다. 그리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했다. 그는 한우로 만든 불고기를 맛보았다.
“으음…”
그는 음미하며 말했다. 눈까지 감은 것을 보며 그의 입맛에 맞은 듯 보였다.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이들을 보았다. 그들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도 보았다. 엄지를 척 내보이며 OK 사인을 보냈다.
“으음…”
사람들이 말했다.
그들도 만족했다. 함께 우주여행을 했던 외계인이 같이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축구를 하다니! 사람들은 비록 TV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화면 너머로 본 것이지만 친숙한 외계인의 모습에 그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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