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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 프로젝트

642 프로젝트-5

by 파블러 2020. 3. 17.

 005 당신은 우주 비행사다. 당신의 완벽한 하루를 설명하라.

누가 찍은 사진일까요?

 나는 지금 굉장히 신기한 하루를 겪는 중이다. 신기하다는 말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그런 기분에 매우 가깝다.

 나는 현재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저 멀리 한없이 작아, 내가 인지할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점에선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떤 한 점은 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며, 또 어떤 점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겠지. 그렇게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을 것이다. 그 무수히 많은 점들 중에서 내가 이렇게 지구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하는 이는 있을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최첨단 기술이 작용된 이 슈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우주 속에서 유영하면서 지구를 바라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을 바꿔 먹은 이유는 2가지나 있다. 하나는 일단 역시 지구는 아름다워서이다. 말해 뭐하겠는가. 나는 이번에 이렇게 우주를 비행하며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사진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역시 사람의 눈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사진이 그리는 지구의 모습은 내 눈에 비치는 모습과 분명 일치한다. 하지만 일치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그곳에 존재하여 보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에 놀랍고, 이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가야하는 길이 아득하다. 하지만 이 아득함마저 나는 그리 싫지 않다.

 다른 하나는 현재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 함께유영하고 있다. 놀랄만한 사실은, 어제도 이미 보고하였지만, 내 옆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온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겉모습만 보면 아마 내가 아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 생명체를 지구인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럴 뿐, 언어도 문화도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외형만큼은 굉장히 우리와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진취적인 인물로서 우리에게 굉장히 호의적이고 이들 또한 굉장한 기술력을 가졌다. 슈트 면에서는 우리가 우세하지만, 식량 차원에서는 우리보다 굉장히 기술이 앞서있었다. 우리는 여벌의 슈트를, 그들은 여분의 식량을 주고받았다. 외국인과 대화하듯 하였지만 서로 의사소통도 하였으며, 게임도 하고 심지어 몇 개의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해 도박도 하였다. 물론, 서로의 여행에 차질이 없고 서로를 좀 더 잘 알기 위한 작은 조건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살았지만, 그 때문에 많은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우리와 반전일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 점이다. 부족한 표현을 빌어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그저 우리와 다른 역사를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언어는 달랐지만, 서로의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큰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이제 곧 떠난다는 것 같다. 마침 우리도 슬슬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들이 사는 별의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는 못했다. 분위기 상으로 꽤나 멀 것 같다. 가기 전에 내 우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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